[매일노동뉴스 8.29] "오늘 하루 제발 무사히" 콜센터 감정노동 정당한 대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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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제발 무사히” 콜센터 감정노동 정당한 대가는
“콜센터 노사정 거버넌스 만들고 별도 노임단가 정해야”
콜센터에 전화하면 상담원 연결 전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고객응대근로자에게 폭언·성희롱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안내 멘트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콜센터 노동자들은 폭언에 시달리고 있다.
“그저 머리가 멍해집니다. 당장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지만 참습니다.” “‘내 직업이니 어쩔 수 없지 않나…’ 생각하면서 오늘 하루는 제발 무사히 지나가길 바랍니다.” 한국노총이 콜센터 조합원 50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폭언시 심정을 묻자 나온 답변들이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전문적인 정보를 숙지하고 고객과 소통하는 동시에 극심한 감정노동도 하지만 여전히 저임금에 머물러 있다. 콜센터 노사정 거버넌스를 구축해 콜센터 노임단가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감정노동에 따른 정당한 보수 있어야”
한국노총은 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함부로 해도 되는 노동은 없다! 정당하고 합당한 콜센터 노동현장 조성을 위한 증언대회’를 열었다.
열악한 현장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김시현 HF파트너스노조 지부장은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자회사로 주택담보대출을 상담하는데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고객이 전화해서 ‘왜 이런 상품을 만들었냐’고 소리를 질렀다”며 “고객과 언쟁하면 점수도 깎이고 관리자에게 불려가기 때문에 그냥 듣고만 있었다”고 호소했다.
이은미 딜라이브노조 텔레웍스지부장은 “감정노동에 따른 정당한 보수를 원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그러나 콜센터 업무에 대한 적절한 노임단가조차 마련되지 않아 아직도 시중노임단가 또는 제조업의 단순노임단가를 받으며 힘든 업무를 감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최재영 삼성카드고객서비스노조 위원장은 “감정의 공감, 복잡한 문제해결, 유연한 대응, 지속적인 학습과 개선에서 인공지능(AI)과 챗봇은 인간 전문가의 중요성을 대체할 수 없다”며 “인간적 교감과 창의적인 접근, 윤리적 책임은 오직 전문가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중소제조업 단수노무종사자 노임단가 적용
“노동부가 콜센터 노임단가 만들어야”
콜센터 노동자 노임단가를 마련해 처우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현재 중소제조업 단순노무종사자의 노임단가를 적용받고 있다. 건설업·중소제조업 등 7개 업종에 개별 직종 노임단가가 책정돼 있지만 콜센터 상담사는 별도로 정해진 게 없다.
한국노총이 콜센터노조연대 조합원 357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7월부터 한 달여간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콜센터 상담사 월 고정급(기본급·식대·교통비 등)은 평균 229만원, 변동급은 41만원으로 매월 270만원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변동급을 제외하고 고정급만 볼 때 최저임금 수준이다.
우상범 한국노총 정책1본부 국장은 “먼저 직무분석을 통해 업무가 단순·반복적이지 않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며 “노임단가를 조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직종별로 다른데, 콜센터노동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거나 고용노동부가 주무부처로 콜센터 대가 등에 관한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콜센터 노사정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2014년 고용노동부가 설립한 거버넌스 제도인 산업별 인적자원개발위원(ISC)을 활용해 콜센터 ISC를 설립하자는 주장이다. 우 국장은 “양대 노총과 공공 및 민간 산업계 대표가 참여하고 정부가 노사 이해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콜센터 노동자 실태조사 필요성도 제기됐다. 우 국장은 “콜센터 노동자의 실태 파악이 어려운 이유는 콜센터 운영 기업의 종사자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은행 콜센터 노동자를 은행 종사자로 분류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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