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8.19] 올해 죽거나 다친 배달라이더 '하루 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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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죽거나 다친 배달라이더 ‘하루 8명
7월까지 산재 1천640건 승인 ... 우아한청년 76%, 쿠팡이츠 22% 차지
도로 위에서 법을 무시한 음주·난폭운전에 목숨을 잃는 배달노동자의 부고장이 쌓이고 있다. 일하다 다치거나 죽지 않도록 노동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고용노동부는 ‘교통사고는 경찰 소관’이라고 미루고 위법한 교통사고 가해자를 엄정하게 처벌해야 하는 검찰은 약식기소를 남발하며 솜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8일 <매일노동뉴스>가 배달 플랫폼 빅3 산재현황을 입수해 살펴봤다.
아들의 억울한 죽음에 가해자 면죄부
“아들이 죽은 게 새벽 2시40분쯤이었어요. 지금도 새벽 2시만 되면 자다가 눈이 떠져요.”
이아무개씨는 “아들이 자꾸만 보인다”고 말했다. 25살에 세상을 뜬 아들의 죽음이 여전히 너무 분한 탓이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아들은 대학원에 가고 싶어 했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겠다며 경기도 용인의 건설현장에 안전관리자로 취업했다. 일터가 집에서 멀어 자취방을 얻었고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며 성실히 지내는 줄로 알았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받았다. 7월11일 오전 1시쯤 아르바이트로 배달일을 하던 아들이 사고를 당했다는 것. 경찰 조사에 따르면 경기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의 사거리에서 20대 남성 A씨가 몰던 SUV차량이 좌회전하던 아들의 배달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사고였다. 크게 다친 아들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깨어나지 못했다.
신호와 속도를 위반한 채 차를 몰던 A씨는 아들 나이와 비슷했다. 동승자는 또래 5명. 목격자에 따르면 가해 차량은 사고 후 90미터를 더 질주했다. 사고 후 1분30초가 지났지만 누구도 내리지 않았다. 견인차 기사가 달리는 차를 막자 그제야 비로소 가해 차량은 운전을 멈췄다.
“사고 난 곳이 수원중앙병원 바로 앞이었어요. 최초 목격자 말로는 사고 직후 아들이 숨을 쉬었대요. 바로 병원에 갔다면 우리 아들은 지금 살아있지 않았을까요. 운전자가 너무 밉죠.”
검찰은 최근 가해자 A씨에게 벌금 700만원의 약식기소를 내렸다. 판례를 찾아보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2년 정도의 형량을 예상한 이씨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도로교통법 54조에 따라 가해자들이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경찰에 관련 조사를 해달라 요구했고 수사기록도 요청했지만 지금껏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씨는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와 함께 지난 13일 수원지법 여주지원 앞에서 가해자를 엄중 처벌하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에 탄원서 853장을 제출했다. 아들은 지부 조합원이었다.
“약식기소는 쌍방과실일 경우입니다. 내 아들은 정상 속도로 제 신호에 달렸는데 아들한테 죄를 묻는 거 아닙니까. 일단 재판을 해야 하는데 그 전에 면죄부부터 준거죠. 아들의 죽음이 너무 억울합니다.”
잇따르는 배달노동자 산재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이륜차 피해사고, 가해사고보다 1.3배 많아
18일 <매일노동뉴스>가 근로복지공단이 집계한 3개 배달업체 산재신청 및 승인현황을 살펴보니 올해 1~7월까지 접수된 1천708건의 산재신청 중 1천640건이 산재로 승인됐다. 통계에는 사망자도 포함됐다.
배달라이더 산재 10건 중 8건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청년들에서 발생했다. 우아한청년들 배달노동자는 1천252건의 산재를 승인받아 전체 승인 건수의 76.34%를 차지했다. 쿠팡이츠는 367건으로 22.37%, 요기요를 운영하는 플라이앤컴퍼니는 21건으로 1.28%로 뒤를 이었다.
업무상 질병보다 사고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업무상 질병은 3개 업체에서 9건을 신청해 3건이 승인됐으나 사고는 1천699건을 신청해 1천637건이 승인됐다. 산재현황에서 보듯 배달업은 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 지부가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으로 최근 4년간 이륜차와 승용차 사고 유형을 분석한 결과 이륜차는 가해사고에 비해 피해사고가 1.3배 많았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가해사고는 8만5천429건, 피해사고는 11만3천79건에 달했다. 승용차는 같은 기간 68만2천313건의 가해사고 대비 피해사고는 51만7천977건이었다.
라이더유니온 “라이더 교통사고, 산재 사고로 관점 바꿔야”
노동계는 배달업 산재 심각성에 비해 대책이 부실하다고 지적한다. 라이더유니온지부는 배달노동자 사고 가해자에 대해 ‘엄벌’ 중요성을 강조했다. 각각의 사고를 개별적인 교통사고가 아닌 구조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 산재 사고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입직기간이 짧은 라이더일수록 사고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라이더자격제나 안전 교육, 위험성평가 같은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구교현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위원장은 “도로 위가 작업장인 배달노동자들이 일하다 다친 만큼 이를 중대재해나 산재로 보고 더 무겁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차량 추돌은 사고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며 재해조사를 강조했다. 노동자가 사망하면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재발방지를 위해 사고 발생 원인을 조사하는 재해조사 보고서를 작성한다. 하지만 도로 위 교통사고는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예방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어 재해조사 보고서조차 작성하지 않는다. 노동부는 교통사고 조사는 경찰 소관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구 위원장은 “도로환경·배달독촉·장시간 노동·어플리케이션 확인으로 인한 전방주시의무 태만 등 사고 원인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빠른 모빌리티(이동 수단)변화에 비해 새로운 교통규범은 지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수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금 우리 교통문화가 여러 교통수단이 함께 다니기 적합한 교통문화인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자동차 중심으로 설계된 현재의 교통규범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도로 위에서 일하는 택시나 배달노동자들은 치명적인 산재사고를 주로 야간에 겪고, 이들 입장에서 도로 상황은 낮과 밤이 큰 차이를 보인다”며 “과속·신호위반·음주운전 등의 위험이 야간에 훨씬 높은데 우리나라는 택배와 배달 분야에서 야간노동을 장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간노동은 플랫폼업체 등 회사의 정책과도 연결돼 있다”며 “신규 입직자일수록 사고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배달안전 교육을 적극 장려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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