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내년 1월 시행 … 한국노총 “산재노동자 투쟁 결과물”

▲ 편집 김효정 기자

노동계 홀로 기념해 왔던 4월28일 산재노동자 추모의 날이 법정기념일이 된다. 오랜 기간 법정기념일 지정 운동을 해 왔던 한국노총은 “산재노동자의 희생과 헌신, 그리고 선배 노동자의 기나긴 투쟁의 결과물”이라며 감격해했다. 매사 갈등하던 여야가 기념일 지정에 합심하면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성과로 남게 됐다.

국회는 26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매년 4월28일을 ‘산업재해근로자의 날’로 지정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안은 산업재해근로자의 날을 규정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4월28일부터 1주간을 추모주간으로 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추모주간에는 산업재해근로자의 날 취지에 적합한 행사와 산재예방교육, 산재근로자 지원 등 사업을 실시하도록 정부에 노력을 촉구하는 규정도 담았다.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하기 때문에, 내년 4월28일이 1회 법정기념일이 된다.

4월28일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하는 사업은 노동계의 숙원이었다. 세계 노동계는 각 나라 사정에 따라 산재노동자를 추모하는 날을 지정해 운영해 왔다. ‘심프슨 가족’의 캐릭터 인형을 만들던 태국의 인형공장에서 1993년 5월10일 발생한 화재로 노동자 188명이 숨진 사고는 전 세계 노동계에 큰 충격을 줬다. 유엔지속가능발전위원회(UNCSD) 회기 중이던 1996년 4월28일 국제자유노련(ICFTU)은 유엔본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희생자를 기렸다. 이날이 세계 산재노동자 추모의 날 모태가 됐다.

한국노총은 산재 문제의 심각성을 사회에 알리고자 1999년 4월 ‘산재희생자 위령탑’ 건립을 정부에 제안했다. 같은해 8월 노사정이 위령탑 건립을 결정하고, 2020년 12월 서울 보라매공원에 ‘산재희생자 위령탑’이 세워졌다. 당시 한국노총은 산재노동자의 권익향상을 위해 4월28일을 산재노동자의 날로 정하고 매년 행사를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2001년 4월28일 1회 산재노동자의 날 추모제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약속을 지켜 오고 있다.

2001년 ‘산재노동자의 날 제정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산재노동자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제정하자는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이듬해 2월 국회에 ‘산재노동자의 날 제정에 관한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후에도 기념일 지정을 위한 캠페인 사업을 하고 정부와 국회의 문을 계속 두드렸다. 2018년 4월에는 청와대·고용노동부·원내정당·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국가기념일 제정 건의서를 제출했고, 2021년 4월 산재노동자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에 관한 법률안을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시했다.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22대 국회 개원 직후인 지난 6월 김 의원은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지난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를 거쳐 25일 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논의 과정에 여야 이견은 없었다.

한국노총은 환영 성명을 내고 “법정기념일 지정을 산업재해라는 사회적 재난에 대한 위험성과 산재 예방의 중요성을 공론화하고 산재노동자의 권익향상을 도모하는 계기로 삼고, 향후 산재보험 제도 발전의 중요한 초석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정부는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병마에 시달리는 노동자, 산재판정 결과를 기다리다 목숨을 잃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제도개선 방안 또한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