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관리자가 특정 직원이 미혼이라고 말하며 팀원 여러 명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제게 (만나 볼) 생각이 있으면 말하라고 했습니다. 심한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여성 지원자의 이력서가 들어왔는데 남자 팀장이 ‘육아휴직을 쓰면 피곤하니 뽑지 말자’고 말했습니다.”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일터 성차별 관련 문의 사례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등이 있어도 성차별적 일터문화가 지속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직장갑질119는 13일 “아름다운 재단과 함께 지난달 2일부터 10일까지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성차별 조직문화지수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0점 만점에 66점으로 D등급이 나왔다”고 밝혔다.

성차별 조직문화지수는 직장에서 겪을 수 있는 주요 성차별 상황을 20개 문항으로 만들어 동의하는 정도를 5점 척도로 수치화한 지표다. 점수가 낮을수록 성차별적인 조직문화 정도가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가장 심각한 성차별 문제는 특정 성별이 관리자급 이상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상황으로 조사됐다. 55.3점이었다. 이어 임신·출산·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렵거나(56.1점), 같은 일을 하는데 성별에 따라 임금이나 노동조건에 차이가 있는(57.0점) 문제가 꼽혔다.

상대적으로 성차별 문화 정도가 약한 항목은 원치 않는 상대와 사귀라고 하거나 소문을 내는 사건으로 73.3점이었다. 부적절한 영상을 보거나 주고받는 일은 73.2점, 사적인 만남을 요구하거나 원치 않는 구애를 하는 사건은 72.4점이었다.

고용형태·성·직업별로 답변 결과를 살펴봤더니 성차별 조직문화지수 결과는 응답자 특성에 따라 별다른 차이가 있지 않았다. 직장갑질119는 “성차별적 문화가 일터 전반에 고착돼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은 스토킹처벌법 시행 3주년이 되는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터에서 여성들이 사라진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관련 법·제도가 있는데도 반복하는 직장내 성차별과 폭력을 개선할 방안을 모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