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7.16] 폭우에도 근무지속, 이동노동자 96% 악천후로 안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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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에도 근무 지속, 이동노동자 96% “악천후로 안전 위협”
- 정소희 기자
- 승인 2024.07.16 14:33
서비스연맹 실태조사 … “작업중지권 보장 절실”
코웨이에서 점검관리를 하는 코디 A씨는 최근 폭우나 강풍 등 날씨가 안 좋을 때마다 수년 전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강원도에 유난히 강풍이 몰아쳤던 때다. 지붕이 뜯기고 간판이 떨어져 나갈 정도의 바람이 불던 날이라 A씨는 고객에게 방문이 어렵다는 메시지를 보내달라고 회사에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는 거절했다. 고객에게 일괄적으로 문자를 보내면 지역에 따라 다른 상황이 고려되지 않고 혼란스러워진다는 이유였다. 결국 코디들에게만 주의 문자를 보냈고, 알아서 고객과 날짜를 변경하도록 했다. 코디들은 방문 날짜 변경에 대한 고객의 불만과 문제제기를 오롯이 견뎌야 했다.
이동노동자 96.1%가 근무 중 악천후 때문에 안전에 위협을 느낀 적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폭우와 폭염 등 기후위기 양상이 급격해지면서 택배·배달·점검 등의 일을 하는 이동노동자들을 보호할 대책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비스연맹은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후재난 시기 이동노동자 작업중지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 12~14일 연맹 조합원인 이동노동자 1천19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실시했다. 전국의 택배·라이더·방문점검·설치수리·학습지·대리운전·방과후강사 노동자가 조사에 참여했다.
응답자의 대부분은 기후재난과 기후위기를 인지하고 있었다. 기후재난의 심각성을 묻는 질문에 94.4%가 ‘약간 심각’ 혹은 ‘아주 심각’하다는 답을 골랐다. 근무 중 갑작스러운 폭우나 침수로 위험을 느낀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96.1%가 ‘그렇다’고 답했다. 폭염으로 건강 이상을 경험한 사람도 85.1%였다.
위험을 느껴도 일을 멈추지 못한 이유로는 ‘실적 때문’이라는 응답이 37.8%로 가장 많았다. ‘수익 감소’는 35.5%, ‘계약해지 가능성’은 6.3%였다.
노동자들은 사측의 안전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험이 예상될 때 회사가 선제적으로 고객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즉시 작업중단을 내려야 한다고 답한 이들은 47.5%였다.
김문성 배달플랫폼노조 북서울지부장은 “기후 재난 상황에서 배달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은 경제적 손실을 보전할 수 있어야 실효성을 지닌다”며 “정부가 나서서 배달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보장하는 정책을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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