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유니온지부 “산재는 1위, 사회보험은 부실” … 10명 중 8명 “폭염에도 일해”

▲ 정소희 기자

12년 차 배달라이더 이병환(47)씨는 지난해 11월 배달 도중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발가락이 골절되고 인대를 다쳐 병원에서 전치 12주 진단을 받았다. 수술과 입원치료를 끝낸 뒤에도 통원치료를 받게 된 이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던 이씨의 하루 수입은 각종 비용지출을 포함해 평균 20만원 전후. 하지만 그가 공단에 신청해 받은 휴업급여는 하루 6만3천원 꼴로 수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개정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에 따라 플랫폼 종사자의 보험급여는 산정사유가 발생한 날의 전전달 말일부터 이전 3개월 동안 받은 보수의 하루 평균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여기에 당시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라 경비율에 해당하는 0.274를 곱한 금액을 빼서 평균임금을 산정한 뒤, 휴업급여액 산정방식대로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하니 엄청난 금액이 깎여 나간 것이다. 이씨의 경우 사고 이후 한동안 일하지 못한 금액이 보수계산에 반영돼 더 손해를 입게 됐다. 소액이나마 생활비가 됐던 휴업급여는 5월 지급 중단됐다. 이씨는 아직 업무에 복귀하지 못해 주변의 도움으로 근근이 생계를 잇고 있다.

이씨는 “배달라이더 휴업급여든 산재승인이든 너무 대충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루평균 보수에서 경비율 빼고, 다시 30% 빼니…

배달 라이더가 상시적인 산재 위협에 노출돼 있음에도 이들을 보호할 사회보험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실태조사 결과 라이더 10명 중 8명은 이상은 휴업급여로 최저임금보다 적은 금액을 받았다.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위원장 구교현)는 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16~29일 배달노동자 1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결과 지난해 7월 이후 최근 1년간 전체 응답자의 12%인 22명이 산재승인 경험이 있었다. 지부는 자동차보험으로 처리한 사례는 제외했기 때문에 실제 사고 경험비율은 훨씬 더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

휴업급여를 수령한 경험이 있는 이들 중 86%는 하루 8만원 이하의 금액을 받았다고 답했다. 이대근 부지부장은 “최저임금 일당 기준인 8만원보다 낮은 휴업급여로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고 일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며 “배달업은 산재위험이 가장 높은 업종인 만큼 휴업급여 산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모션 유혹에 더운 날도 배달

지부는 폭염 대책도 주문했다. 지난 6~7일 라이더 81명을 대상으로 폭염 실태조사를 온라인으로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2%가 폭염시에도 일을 한다고 답했다. 폭염시에는 플랫폼사에서 프로모션 등으로 운임을 인상하기 때문이다. 폭염 상황에서 일하다 보니 96.3%가 두통이나 어지러움을 경험했다. 증상을 느껴도 즉시 일을 멈췄다는 응답은 7.7%에 불과했다.

특수고용 노동자인 라이더를 위한 폭염 대책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구교현 위원장은 “배달노동자들이 폭염에 조금이라도 쉬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기후실업급여와 같은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며 “지방자치단체마다 이동노동자 쉼터 등을 구비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책을 정부에서 내놓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