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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 10.23] 사직서, 그 종이 한장의 위력

작성자 관리자 조회 267회 작성일 24-10-2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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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서, 그 종이 한 장의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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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회 공인노무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 강성회 공인노무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강성회 공인노무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정년을 갓 넘은 노동자 A씨는 회사에서 약 30년간 근무했고, 정년퇴직 후 곧바로 해당 회사와 1년간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회사에서 만 63세 이전에 촉탁직 근로계약이 갱신 거절된 사례가 없었기에 A씨는 만 63세까지 촉탁직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회사는 1년 만에 A씨에게 촉탁직 근로계약이 갱신되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했다. 당황한 A씨는 인사담당 임원과의 면담에서 항의하고, 대표이사에게 문자를 보내 면담을 요청하기도 하는 등 촉탁직 갱신 거절에 대해 수차례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A씨의 이의제기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해고된 뒤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던 중 회사가 통보한 마지막 출근일이 도래했다. A씨는 만약 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인정이 안 되면 회사 동료들과 마지막이 될 수 있기에 동료들과 일단 퇴사 축하파티를 했다. 축하파티를 하던 중 회사는 A씨에게 사직서를 내밀었다. A씨가 이게 뭐냐고 묻자 회사는 그냥 통상 퇴사 절차이니 퇴직 사유란에 촉탁 해지라고 적고 서명하라고 했다. 파티 중 정신없던 A씨는 회사가 시키는 대로 적고 서명을 했다. 이후 A씨는 해고된 뒤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회사가 사직서를 증거로 제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A씨의 촉탁직 갱신기대권을 인정해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이후 회사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A씨의 사직서를 증거로 제출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A씨에게 촉탁직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기대가 인정될 수 없다는 취지로 지방노동위원회의 결과를 뒤집었다.

사직서 하나로 결과가 뒤집힌 이유는 뭘까. 법원은 원칙적으로 사직서 제출은 ‘해약 고지’에 해당해 사용자에게 도달한 순간 효력이 발생한다고 본다. 낙장불입이라는 말이다. 그동안 회사의 부당한 해고에 대해 아무리 항의했다 하더라도 사직서를 제출하면 모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제출한 사직서를 무효화할 수 있는 방법은 회사가 사직서 철회에 동의하거나, 사직서가 회사의 사기·강박에 의해 제출됐다거나, 사직서 제출이 비진의 의사표시로 인정돼야 한다. 그러나 회사는 사직서 철회를 동의할 리 만무하고, 사기·강박·비진의 의사표시는 사례도 드물 뿐만 아니라 입증이 매우 어렵다. 다시 말해 사직서는 한 번 제출하면 되돌리기가 매우 매우 어렵다. 사직서를 신중하게 써야 하는 이유다.

그럼 사직서는 언제 쓰는 것이며 어떻게 써야 할까. 사직서는 근로기간 중 본인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스스로 퇴사할 때만 쓴다고 생각하면 쉽다. A씨와 같이 계약기간이 만료되거나 정년이 도과한 노동자에게 통상 퇴사 절차라며 회사가 사직서 작성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계약기간 만료, 정년 모두 근로관계 당연종료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직서를 작성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사직서는 이 회사에서 더 이상 일하지 않겠다는 명시적 의사표시기 때문에 사직서를 작성하는 경우 A씨처럼 갱신기대권이나 촉탁직 갱신기대권, 정규직 전환 기대권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사직서를 쓰면 안 된다.

만일 사직서를 쓰게 된다면, 사직서는 혹시 모를 분쟁을 위해 최대한 상세하게 써야 한다. 대부분 회사가 만들어 놓은 양식에 서명만 하거나, “일신상 사유”라고만 기재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법률분쟁 예방과 해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괴롭힘으로 퇴사하는 경우라면 괴롭힘 당한 내용을 적을 수도 있고, 회사가 권고사직을 한 경우라면 누가 언제 어떤 조건으로 권고사직을 했기에 이를 수락하는 조건으로 사직한다는 내용을 쓸 수도 있다. 이러한 사직서는 차후 법률분쟁에서 증거로도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원칙적으로 사직서는 해약 고지로 사용자에게 도달하는 순간 효력이 발생하지만 예외적으로 사직서의 기재 내용, 사적서 제출 동기 및 경위, 사직서 철회 동기 등 기타 여러 사정을 종합해 합의해지 청약으로 인정되는 경우 회사가 사직서를 수리하기 전까지 노동자는 사직의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다. 따라서 혹시나 생각이 바뀌어 사직서를 철회할 가능성을 남겨두기 위해 사직서에 해약 고지가 아니라 사용자의 승낙을 기다려 퇴사하겠다는 취지의 의사표시를 명확하게 쓸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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